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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A형 독감 비상일지, 그리고 면역력 이야기

올해 겨울은 조용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냥 넘어가질 않더라구요.
저희 집 애들이 셋인데, 시작은 막내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열이 훅 오르더니 몸살에 머리까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딱 A형 독감 판정.

A형 독감 바이러스의 세밀한 디지털 렌더링 이미지. 붉은 색과 푸른 색이 특징인 바이러스 입자의 구조가 강조된 클로즈업 이미지.

막내 독감 판정, 그리고 고3 아들까지 전염된 상황

그때부터 집은 바로 비상 모드로 들어갔어요.
왜냐면… 집에 고3 수험생이 하나 있거든요.
수능 코앞이라 손 씻기, 마스크, 방 분리, 다 챙기면서
진짜 “독감만 아니면 된다…” 이 마음으로 몇 주를 버텼는데
다행히 수능 보는 날까지는 아무 일 없이 잘 치렀어요.
여기까진 정말 기적 같았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수능 끝나고 숨 좀 돌리나 싶었더니,
23일 주말에 수시 면접이 잡혀 있고,
딱 그 사이인 18일에 큰애가 A형 독감 판정…

면역력, 그리고 격리의 중요성

막내 때처럼 똑같이 조심했거든요.
방에 격리시키고, 같이 밥도 안 먹이고,
침구도 따로 쓰고, 마스크도 열심히 쓰게 하고.
노출이 제일 많았던 저는 안 걸렸는데,
오히려 그렇게 가장 조심시킨 큰애가 걸려버렸다는 게
참 허탈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역시 면역력이 중요하구나…” 싶었어요.

생각해보면, 막내 간호하느라 저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잘 먹고, 비타민도 꾸준히 챙겨 먹으면서 버텼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살짝 감기 기운은 왔다가도
독감까지는 안 가고 버티는 느낌이었어요.
몸이 버텨줄 힘이 있느냐 없느냐,
이게 참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이번 A형 독감은 패턴이 비슷하더라구요.
첫날 낮에는 병원에서 수액 맞고 주사도 맞고 오니까
열도 좀 내리고, 몸살도 잠깐 가시는 것 같아요.
“어, 생각보다 금방 나으려나?” 싶은데
첫날 밤이 진짜 시작이에요.

다시 열이 오르고,
몸살이 훅 올라오고,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그렇게 밤새 뒤척이며 겨우겨우 넘기더라구요.

둘째 날은 첫날보다는 조금 나아졌는데
그래도 하루 종일 아픈 건 비슷했어요.
누워서 끙끄덕거리면서
“언제 끝나…?” 이런 표정으로 이틀을 넘기고 나서야
조금씩 사람 얼굴이 돌아오고,
4일, 5일 정도 지나야 거의 다 나아지는 느낌이더라구요.

막내도 그렇게 지나갔고,
지금 독감 막 시작한 큰애도
같은 패턴으로만 잘 넘어가주면 좋겠어요.
마음 같아선 면접 날짜를 기준으로
달력을 붙들고 “제발 여기까지는 괜찮게 해주세요…”
이러면서 기도하는 심정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막내가 독감 판정받고 일주일째 되는 날,
상태도 괜찮아지고 좀 나아 보이니까
큰애가 그 방에서 같이 자버린 거예요.
그 다음에 바로 큰애가 독감 확진.

보통은 5~7일 지나면 전염력이 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는 열흘 정도는 격리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집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수험생이 있는 집이라면 조금 더 과하다 싶게 조심하는 게
오히려 마음은 덜 쓰일 것 같아요.

지금 저는,
그냥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큰애 밥 잘 챙겨 먹이고,
비타민도 신경 써서 챙겨주고 있어요.
“몸이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밖에 없구나” 싶더라구요.

올 겨울 A형 독감,
뉴스에서만 보는 줄 알았는데
막상 우리 집에 들어와 보니까
수능, 면접, 동생들까지 다 얽혀서
하나의 큰 사건처럼 느껴졌어요.

그래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고비는 넘겨가고 있다는 뜻이겠죠.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집에 수험생 두고 독감 때문에 마음 졸이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우리 같이 무사히 이 시기 잘 통과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결국 남는 건
“그래도 그때 잘 버텼다”라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